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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2조달러 해외조달시장, FTA활용이 관건

by 조달지킴이 2021.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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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별로 공공조달 규모는 통상 GDP의 10~20%다. 중국, 동구 등 체제 전환국은 그 비중이 높고, 시장경제국들은 대체로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는 11.5% 정도다.

전 세계의 공공시장규모는 약 9조 달러에 달한다. 우리와 협상 중인 FTA가 모두 체결되면 2조 달러 정도의 시장이 새로 생긴다. 국내에서는 약 20만개의 등록업체가 120조 원 정도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한다. 그러나 해외조달시장에는 관심이 적은 것 같다. 미국 연방정부 조달기관(GSA)의 구매규모는 740조 원(6,200억 달러)으로 우리의 6배나 되는데, 왜 그럴까?

우선 해외조달시장 진출에는 국내시장과 달리 관세장벽(TB)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FTA가 체결되면 관세장벽이 없어지기 때문에 현지 소재기업보다 불리할 게 없다. 비관세장벽(NTB)은 현지기업과 똑같다. 해외기업은 운송비나 사후관리 측면에서 불리하다고도 하지만 이 문제는 수출할 때도 발생하며, 우리 기업들은 수출난관을 잘 극복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필자가 며칠 전 방문한 안양의 한 LED업체는 미국시장에서 중국, 대만과 경쟁을 하는데 FTA의 조속한 발효를 애원했다. 미국의 솔라(Solar) 인증획득 등 NTB를 모두 극복했기 때문에 FTA 비준동의만 이뤄지면 훨훨 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FTA만 체결되면 모두 해외조달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가? 그렇진 않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도 민간시장과 조달시장 간에 큰 차이가 있다. 조달시장에 비관세장벽이 없다면 민간수출처럼 공급조건만 유리하면 되지만, 조달시장에는 수요자가 쳐놓은 장벽이 있다. 소위 규격(Spec)이라는 것이다. ‘이러이러한 규격이어야 한다‘고 공고가 나오며 일반인은 ’그것만 맞추면 된다‘고 해석하지만, 조달 전문가들은 ’저런 규격은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그래서 조달시장은 수출시장이 아니라 수요자시장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특성을 고려해서, 조달청은 해외조달시장별로 장벽의 유형과 극복사례를 중점 분석하고, 우리의 관심품목에 어떤 규격과 규제가 남아 있는지 집중 점검한다.

이제 기업들은 FTA로 넓어진 시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공공조달시장은 안정적인 대금회수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 수요자의 입맛이 까다롭다. 특히 첫 거래자와는 소량 분할구매가 많다. 그러다 일단 한 번 거래를 트면 계속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상품의 품질수준이 높고, 조달시스템에 대한 평가도 세계 톱을 달리기 때문에 시장개척이 매우 유리하다. 우리 기업들의 DNA에는 수출시장에서 다져진 노하우가 살아 있다는 점도 유리하다. 지난 해 현대자동차가 UN에 버스납품을 추진할 때, 조달청은 ‘혹시 안 되면 어쩌나’ 무척 걱정했다. 짧은 시간에 거뜬히 성사시키는 것을 보고 ‘역시 한국인이다!’라고 느꼈다. 현재 80여개의 우리 업체가 미국 공공조달시장에 등록돼 있다.

앞으로 FTA를 잘 활용하는 기업에게는 경제활동 영토가 획기적으로 넓어지는 셈이다. 2조 달러 해외조달시장, FTA를 날개삼아 훨훨 날아다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