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경영' '성과경영' '지식경영'…. 정부의 주요 공사 발주와 물품 구매를 총괄하는, 그래서 문턱이 높아보이는 조달청의 최근 화두다. 조달청을 이용하는 곳은 전국 3만5000여 기관으로, 대부분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다. 이들 '고객'을 맞는 기본원칙 역시 서비스 마인드다.
조달청이 이처럼 민간기업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것은 '시장 개방'에 따른 위기감과 무관하지 않다. 2008년 공공물품 구매가, 2010년이면 모든 공공시설 공사가 각각 자율화되고 조달청은 임의기관으로 바뀐다. 조달청의 업무나 역할이 크게 축소될 수 있는 상황이다.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고 다양한 고객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이 스스로 조달청을 선택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김용민 청장은 무엇보다 '찾아가는 서비스'를 강조한다. 그 역시 일정의 절반을 지방청 방문 등 현장에 두고 있다.
―최근 증권선물거래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MOU는 좀 낯선데요.
▶물품구매나 시설공사 자율화 등 조달환경의 변화로 일하는 방식도 바꿔야 합니다. 수요처가 요청하면 건별로 조달서비스를 대행하던 것을 계약(MOU)을 해서 종합적·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로 전환한 것입니다. 고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나아가 고객들이 크게 늘어나면 표준서비스와 정보를 제공하면서 시장형성자(관리자) 역할도 할 수 있게 됩니다.
―고객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지난 1월 강남구청과 처음으로 MOU를 맺었습니다. 이후 '입소문'이 나면서 자발적인 문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자체뿐 아니라 철도기술연구원,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등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MOU 체결 기관은 현재 20개인데, 연말까지는 50여개로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MOU를 체결하면 특별한 혜택이 있습니까.
▶우대고객으로 조달수수료의 10%를 할인해 줍니다. 뿐만 아니라 전담관을 지정해 조달업무 전반에 대한 컨설팅, 맞춤형서비스, 그리고 사후관리 등 종합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해당 기관으로서는 원가를 크게 절감할 수 있습니다. MOU는 조달청, 수요기관, 그리고 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트리플 윈'(Win-Win-Win)입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MOU 진척 상황은 1일 보고를 받으며 챙기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힘겨워 하지 않나요.
▶MOU 체결 기관과 함께 직원들의 일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사실 MOU 체결을 계기로 시시콜콜한 일까지 의뢰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직원들을 무작정 늘릴 수도 없는 일입니다. 우선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재원은 초과업무 수당에서 1억6000만원을 절감해 마련했고, 이 가운데 절반을 차등 지급할 예정입니다.
―국유재산 관리업무까지 맡습니까.
▶최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그렇게 결정됐습니다. '나라장터'가 활성화되면서 모든 게 전산화되니 인력의 효율적 배치문제가 대두됐습니다. 그간 정부의 물품을 총괄적으로 관리한 경험 등을 살리면 국유재산 매입·처분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정부에 제안했습니다. 현재 국유재산은 100조원 규모입니다. 이중 85%가 행정재산인데 이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했습니다. 조달청은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국가는 국유재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이점이 있다고 봅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위기이자 기회라고 합니다.
▶한·미 양국 조달시장의 개방 확대가 불가피해졌습니다. 현재 추가 개방되는 조달시장 규모는 한국이 5000억원, 미국이 6조원으로 약 1대12 수준입니다. 특히 이번 협상 타결로 우리의 10배 규모인 100조원에 달하는, 미국 정부기관 민수부문 조달시장에 우리 기업의 진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봅니다. 물론 국내 기업,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보호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1997년 정부 조달시장 개방 이후 외국기업의 국내시장 진출은 단 1건도 없었습니다.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높은 데다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이죠. 이런 전례로 볼 때 1억∼2억원의 소규모 시장이 개방되더라도 미국 기업의 국내 진출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미국시장 진출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정부의 지원책이 있습니까.
▶민·관·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해외조달시장 진출 자문위원회'가 지난 4월5일 발족했습니다. 자문위는 매년 2회 정례회의를 갖고 해외정부 조달정보 교환, 성공기업 사례연구, 애로사항 청취 등 지원방안을 협의해나갈 계획입니다.
정보 제공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미국에 파견된 해외구매관을 활용해 현지 조달정보를 신속히 제공하고,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적극 해결할 계획입니다. 홈페이지에 해외 조달시장 진출 애로 및 건의사항 메뉴를 개설하는 등 상시 지원시스템도 마련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의 경우 다수공급자계약제도(MAS)를 채택하고 있어 MAS 공급자로 등록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이를 위해 MAS 등록부터 사후관리까지 전과정을 구체적인 매뉴얼로 작성, 제공할 예정입니다.
―국제 원자재값이 오르는 데 비축물자는 제자리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국제 원자재값이 2003년 이후 기록적으로 상승했습니다. 연초 조정 양상을 보이더니 니켈 등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현재 비축규모는 국내 수요의 12일분으로, 이를 단계적으로 늘릴 방침입니다. 구체적으로 2009년까지 최소 국내 수요의 60일분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비축자금도 지난해 2600억원에서 올 3월 5100억여원으로 확충했습니다.
문제는 원자재값이 크게 올라 일반 비축 재고를 확대하는 데 위험부담이 크다는 점입니다. 과다하게 비축하면 가격이 하락할 때 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공동구매제를 적극 활용할 계획입니다. 이는 중소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원자재를 공동구매해 달라고 요청하면 조달청이 대행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알루미늄을 대상으로 시범운영했고, 올 2월부터 구리 니켈 등 6개 원자재로 대상을 확대했는데, 업계의 호응이 큽니다. 지난 4월 말로 공동구매 방출량이 전체 방출량의 57%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최근 새로운 비전으로 '탑스'(TOPS)를 선포했습니다.
▶2002년 '나라장터' 개통으로 제1의 조달혁명을 완성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제 조달환경 변화에 대응할 제2의 혁명을 이루기 위해서는 경영의 나침반 역할을 할 가치체계가 필요한 때라고 봅니다.
가치체계는 미션(Mission) 비전(Vision) 핵심가치(Corevalue)로 이뤄졌습니다. 또 핵심가치인 '탑스'는 인화단결(Teamwork) 최고지향(Outstandingness) 개척정신(Pioneer) 전문성(Specialist)의 영어 첫 글자를 딴 것입니다. '탑스' 선포는 전직원이 단합해 조달청이 '세계 최고의 조달전문 기관'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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